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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과제 및 리포트/실용한의학-생물학과

1장 인간과 의학의 기원

by 찬재 2009. 8. 11.

병을 고친다라는 뜻의 한자어 의원 의(醫)자의 고어는 의(의)자로 기록되어 있다.
즉 옛날에 의사 혹은 의학이라는 뜻을 지닌 의(의)자 속에는 무당이라는 뜻의 무(巫)자가 들어 있고 요즈음 쓰는 의(醫)자에는 술항아리 형상의 유(酉)자가 들어있다.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 의술과 의약품이 변변치 못했던 시절엔 무당과 술항아리가 질병의 고통을 어느 정도는 덜어주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의사도 없고 병원도 없는 곳에서 병이 났다면 살려달라고 막연한 기원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원시의료 형태는 이러한 무의(巫醫)들이 의료인의 역할을 대신했으며 역사적으로 전국시대에 들어서면서 의학을 담당하는 전업 의사가 출현하게 된다.

 그러나 의약이 발달한 요즈음에도 무당에게 질병치료를 하소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환자의 무지함을 탓하기보다는 의사의 무능함을 반증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듯하다. 첨단 의술의 발달로 예전보다는 많은 질병을 고쳐내곤 있지만 아직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 상당수 있으며 치료방법을 못찾아서 대증요법으로 끝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의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막연한 기원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유명한 의사는 처방전 끝에OGK(Only God Know) 오직 하나님만이 치료여부를 아신다라는 사인으로 자신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병은 하나님이 고치고 돈은 의사가 받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의술과 의약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시의학의 형태는 분명 알 수 없는 신에게 아픔을 덜어달라고 호소를 하거나 무리 가운데 신의 대리인격인 누군가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의식이나 행위를 했을 것이다. 이런한 측면은 아직도 문명의 때가 덜 묻은 아프리카 밀림 속의 원주민들의 삶의 단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원만 하고 있었다면 오늘날 처럼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기는커녕 지구상에서 인간이 멸종했을 수도 있다. 반복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꽤가 나기 시작했고 반복된 경험은 효과를 거두게 되며 자손에게 구전으로 학습이 되어졌을 것이다.

쉬운 예로 아기가 배가 아프면 엄마 손은 약손이다라는 주문 같은 말을 반복하며 아기 배를 쓸어주면 아기는 복통이 가라앉고 스르르 잠이 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과연 엄마 손은 약손일까.

본능적으로 인간은 아픈 곳에 손이 먼저 가게 마련이다. 개가 아픈 다리를 입으로 핥듯이 누구나 아픈 곳을 손으로 터취하게 되며 반복적으로 터취를 하면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경험 할 수도 있다. 최근 연구 보고에 의하면 손으로 피부를 문지르면 2V 가량의 정전기가 발생하여 피부 온도를 상승시켜 주어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검증을 발표한 적이 있다.

어린아이가 배가 아픈 경우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복통은 복부의 온도가 낮을 때에유발되게 된다. 그러므로 심각한 질환이 아니고는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면 웬만한 복통은 가라앉게 된다. 결국 엄마손은 아기의 복부를 계속적으로 마찰하여 복부 온도를 유발시키며 복부를 주물러 주므로 소화를 촉진시켜서 복통을 치료하는 약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의학의 초기 형태는 본능적이지만 반복된 경험 가운데 효과적인 행동이 축적되어서 치료행위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다수의 민족들은 독특하게 발전시켜온 자신들의 전통적인 의학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서양의학이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시점에서 대체의학의 붐이 일어나는 것은 의학의 뿌리가 각 민족의학에 두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먹을 것을 찾아서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것을 먹었더니 어떤 병증이 경감되거나 치유되었다는 경험이 체계적으로 발전한 것이 의약에 관한 지식이 되었고, 몸을 움직이거나 자극을 가했더니 어떤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의술이 체계화되고 발전되어 왔다.

이처럼 반복된 경험이 이성적으로 체계화되면서 의학이라는 영역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으며 경험의 근저에는 인간의 종교적 본능과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醫는 巫로부터 기원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료행위는 인간이 자아 의식을 가졌을 때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들이 자신의 몸에 상처가 발생했을 때 취하는 자기 치료 행위는 본능적 행동이요 이성적 행동이 아니므로 인간이 이성적으로 어떤 질병에 대처하여 치유를 시작한 때를 의학의 기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날 모든 의학의 기원과 그 역사적 배경에는 두 가지의 근원을 추론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전통의학의 역사와 또 다른 하나는 원시 종교의학의 기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다양한 족속이 있고, 그 족속들은 자신들만의 환경과 생활에 따른 독특한경험적 전통의학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의학을 오늘날의 의학 체계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고대 그리스의 소박한 의학 이론으로부터 세포 병리학을 거쳐서 분자 병리학으로 발전시켜 온 서양의학, 그리고 동양의 인도의학과 중국을 위주로 발전되어 온 한의학 몽의학 월의학 등 동양의학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학은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계승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출발은 소박한 유물주의적 인식을 바탕으로 비롯되었으나 부단한 과학적 실험을 통하여 꾸준히 개선되어 왔으며 지금은 외과 수술을 주체로 하는 의료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항생제를 비롯한 제약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수많은 감염성 질병들을 퇴치하거나 감소시키는 데 위대한 공헌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유전성, 면역성, 대사성 질환들에 대하여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편 인도에서는 하나의 독특한 의학 체계로서의 '아유르 베다(Ayul Veda)' 의학이 있었으며, 그 수준은 상당한 것이었다. 기원 전 13세기~7세기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베다 문헌에는 치료와 약물에 관한 지식과 해부에 대한 지식, 발생학 및 위생학에 관한 지식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기 전 4세기에 최종적으로 편성된 한 베다 문헌에는 이미 760종의 약리 물질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는 수은, 비소, 안티몬, 명반, 염화암모늄과 각종 약초들의 이름도 들어 있다. 서기 전 6세기경에는 이미 내과, 안과, 외과 등의 전문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통증 없는 외과 수술법, 두개골 천공술 같은 치료법도 시행되고 있었다.
물론 세계 의학에서의 의료의 분과화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행되었고,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시대에서도 이미 시행되었기 때문에 고대 인도에서의 의료의 분과화가 별로 신기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인도 의학의 외과 수술은 부분적으로는 현대의학의 수준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다는 점에서 그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유르 베다 의학이 신비주의적 색채를 일부 간직한 채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반면 현대의학으로 계승 발전되어 온 고대 그리스 의학은 과학적, 이성주의적 틀을 완전히 갖춘 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로 꼽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은 서기 4세기~2세기 사이에 편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미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전개된 의학서인 것이다.

대략 2300여년전에 편집된 한의학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황제내경 소문에 혈액은 정지해 있지 않고 쉼없이 온몸을 돌고 있으며 모든 혈액은 심장으로 돌아가 전신으로 순환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찍이 옛 의학자들은 혈액순환의 개념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근대에 들어서 영국의 윌리엄 하비가 1600년대에 혈액은 순환하며 심장의 좌심실에서 동맥으로 분포되어 전신으로 나가서 정맥을 통하여 우심실로 들어와 폐로 들어가서 좌심실로 돌아온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표한 바 있다. 송나라 양개는 인체해부도인 존진환중도를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다빈치 보다 400여년이나 앞서서 그려낸바 있다.
이처럼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나름대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서양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그에 비해 동양의학의 영역은 고전을 답습하면서도 과학화라는 대명제 앞에서 늘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는게 현실이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볼 때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인식 방법이 확연하게 다르다. 동양의학은 주로 감응 종합적인데 반하여 서양의학은 주로 인식 인과분석적이다.    

  이같은 인식 방법의 차이와 질병관의 차이 때문에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의학 체계를 형성하여 왔던 것이다. 동양의학이 기사상이나 음양론적 사상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의학, 과학, 철학이 정연한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우주 유기체의 통일성, 자연성, 조화성, 유사성 기르기 상호 관계에 대한 발전을 이룬 것이라면, 서양의학은 원자론적 관점에서 실물과 입자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발전하여 왔던 것이다.

  현대 서양의학은 인체 생명의 개방 시스템으로서의 측면은 거의 도외시하는 가운데서 인간을 인식하고 의료 체계를 세워 왔다. 이것은 동양의학의 인간 의식과 의료 체계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동양의학이 서양의학을 앞서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서양의학의 주무기인 예방, 살균, 항생제의 사용같은 의료 효과는 시원하고 분명하며 속효성인데 반하여, 동양의학의 효과는 굼뜨고 비가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20세기말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주된 질환이 전염성 질환과 수술 적응적 질환으로부터 심, 뇌, 혈관성 질환, 당뇨병, 암, 고혈압, 심신 질환 같은 다요인, 다단계의 질환으로 바뀌어 가는 경향이 나타나자 지금까지 우월을 차지하고 있던 현대의학의 약점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성 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발생 된 심신의학에서는  동양의학의 장점이 돋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로 종교의학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종교의 기원과 의학의 기원을 하나로 보는 입장은 의학의 기원을 생각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종교는 인간이 어떤 영적 존재인 神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힘을 믿고 그를 의지하려 한 데서 비롯된 것인데, 고대인들은 꿈, 환청, 끊임없는 자연 재해, 원인불명의 질병 등이 그 절대적인 신에 의해 연유한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인간쪽에서 영적 존재인 신에게 작용을 가하는 방법의 전형적인 것은 기도(기원), 공양, 주문, 위무(慰撫) 같은 것들이었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는 존재는 전문적인 주술사, 샤먼 같은 존재였으며, 그것은 모든 인류 종족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기도 하다.

  의학사를 연구하는 세계의 학자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醫는 巫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 또한 바로 종교와 의학의 기원을 동일시하는 풍조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학의 형성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 또한 샤먼들이었다.   

  巫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같은 샤먼들은 의학의 형성 단계에서 상당한 세월 동안 巫治의 부분을 담당했으며, 그런 무치의 역할을 과학적인 서양의학이 풍미하는 오늘날의 분위기 속에서도 계속해서 일정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에서 氣一元論的 우주관과 의학 체계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는 샤먼적 우주관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철학에서 신은 일종의 불가지적, 신비적, 초자연적 힘을 가진 존재로 표현되었다.『黃帝內經』이나『周易』기타의 고전들은 “잘 알 수 없는 것을 신이라고 한다.” 혹은 “음양으로 가늠하지 못하는 것을 신이라 한다.”했으며, “신이란 형체가 없는 것이지만 형체가 있는 만물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물에 깃들어 있으면서 그 내부에서 작용하는 묘용을 신이라 한다, 번개, 바람, 불, 호수, 물, 땅을 활동시키는 것은 모두 신이 하는 일이다.”라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은 기일원론적 우주관과 인체관에 바탕을 둔 철학이자 의학 체계이다. 동양의학의 氣 관념의 형성에는 반드시 神의 관념이 앞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神이 하던 일을 氣가 하게 되었고, 神의 개념을 설명하는 말은 그대로 氣의 개념을 설명하는 말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러한 개념 때문에 신은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감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신 관념은 샤머니즘의 종교 문화와 생활 관념의 기둥이었다.  때문에 종교의 기원과 더불어 발생한 샤머니즘의 시기에는 인간의 질병이 모두 신과의 관련에서 해석되고 치료되던 때여서 샤먼은 주술사이면서 정신과 의사이고, 약제사이면서 외과의사로서의 치료사였던 것이다.

 여기서 신에 대한 개념의 차이는 서양의 인격적인 신 즉 인간과 인격적인 교감이 가능한 인격적 초월자에 대한 개념은 아니다.   이 神의 관념은 氣로 표현되기도 하다가 다시 후대로 내려오면서 數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고대 마야문명은 고대 중앙아시아 문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중국 문명과도 관련을 갖고 있다. 그 마야인들의 철학에서 신이라는 존재는 모두 시간과 수의 신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마야인들의 신의 개념은 어떤 시점과 어떤 자연수를 원형적으로 표상하는 통합체였던 것이다.   또한 중국의 易에서의 卦爻 역시 원래는 숫자로 표현되었다. 그러다가 주나라 말엽 이후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음(-)의 부호와 양(+)의 부호로 바뀌었던 것이다. 易占에는 신의 의사를 물어본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고 그 뜻은 氣數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이같은 卦爻의 표현 방법의 변천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신의 관념이 神에서 氣, 氣에서 다시 數로 변화된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샤머니즘의 巫의 애니미즘적 세계관은 후세로 내려오면서 인간의 인지가 발달하고 이성이 싹틈에 따라서 유령주의적(唯靈主義的) 巫의 세계관과 유물주의적(唯物主義的) 醫의 세계관으로 서서히 양분되었던 것이다.

  한편 현대의학의 사상적 배경으로는 데카르트의 정신 육체의 이원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데카르트 혁명은 17세기 사회 도덕성에 대한 그의 철학의 영향과 그에 의한 과학의 발달을 말한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육체의 독립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신체의 물리적인 물질을 마음에 종속된 것, 즉 인간 정신의 의지에 따라 가동되는 기계로 보았다. 그의 생각은 실증적 과학(경험적 관찰에 기초한 논리적 사고)의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의학에 있어서는 구속에서부터 벗어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데카르트 이전 즉 정신-육체 이원론이 대두되기 이전에는 인체해부를 종교적으로 금기시하여 의학발전이 심히 저해되었다. 해부학적 지식없이 의학의 발전은 매우 지지부진하였다. 데카르트에 의해 정신은 종교의 터전인 영혼의 처소로서 그대로 남고 육체는 새로운 실증적 과학에 넘어가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의학의 기원은 육체적 삶과 정신 생활의 분리를 강조한 17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세균이론의 대두는 19세기 말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와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의 연구에 의해 시작되었다. 두 사람 모두 질병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감염병이 모든 연령층에서의 주된 사망원인이었다. 파스퇴르 이후 감염과정의 진정한 성격을 이해하게 되었다. 감염은 나쁜 공기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병균이 침입하여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인간숙주와 병원체 간의 생존경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1882년 로베르트 코흐는 결핵균을 분리 배양하였다. 오늘의 암과 대등한 당시 가장 무서운 질병이었던 결핵이 특정 미생물에 의해 발생함을 그가 증명하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 원인설 즉 특정 질병에는 특정 원인이 있다는 이론이 대두되었다. 이 이론은 100년 이상에 걸쳐 의학연구의 가장 영향력있는 힘이었다. 이는 질병을 실험실에서 구성하여 그 생화학적 양태를 상세히 관찰함으로써 질병의 원인을 찾는 노력이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달리 말하면 질병 증상이 질병 자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제시하는 것과 같다.

세균이론이 감염전파에 관한 보다 정확한 지식을 추가하기는 하였으나 그 예방방법에 관한 지식에 있어서는 별로 공헌한 것이 없다. 감염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그 과학적 대발견 전이나 후에나 같은 속도로 감소하였다. 그래서 코흐와 파스퇴르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대한 세균이론의 기여는 제한적이었다. 그 주된 기여는 의학의 이론적 발전에 대한 것이었다. 인체내에서 질병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미세한 데에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코흐의 특정 원인설은 개인과 환경과의 관계에서 일차적 원인을 찾으려는 관심을 억압하였다. 그것이 왜 현대의학이 개인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치료하는 데 집착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설명이다.

 현대의학의 우수한 점과 특징은 분석법을 채용하고 물리학, 해부학, 해부 생리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인체의 구조와 생리 및 병리 변화를 더욱 상세하고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분석해 낸다는 데 있다. 흔히 동양의학과 현대의학을 비교할 떄 동양의학에는 해부학이 없다면서 그것을 약점으로 지적하는 사람이 많은데, 동양의학의 장상학설(藏象學說)은 사실상 해부학 지식을 기초로 하여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정밀성은 현대의학에 비교하여 크게 떨어지기는 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인체구조의 미세한 차이를 이해하는 일보다는 각 기관, 각 조직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일이 의학상 더 중요하다고 여겼고, 그런 점이 인체의 구조를 정미하고 미세하게 파악하는 데 등한히 하게 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이제 우리들은 동서의학의 장점들을 취합해 하나의 새로운 의학 체계를 세워 나갈 필요를 느끼며 그 결과는 인체 생명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얻게 될 것이며 동시에 의학 발전에 새로운 성과를 거두고 새로운 공헌을 하게 될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는 일일 것이다.


우석대 한의학 이상룡교수님 강의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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