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탈리아 일주가 계획이었으나 돌아오는 마일리지 항공권이 런던발 인천 밖에 없어서 갑작스레 추가된 영국일정.
원래 대도시는 별로 관심없었고 런던 관광할게 뭐가 있을까 아무리 뒤져봐도 관심 가는 게 없었다. 그러던 와중 아웃랜더의 촬영지를 가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어서 스코틀랜드 일정을 넣었다.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수상버스로 가는 루트를 선택했다. 공항까지 가는 수상버스는 alilaguna에서 운영하는 A선, B 선인데 이것들은 2일 정액권 티켓으로는 탈 수 없어 전날 미리 티켓을 끊어두려 했었다. 그런데 스냅투어에서 만난 신혼부부랑 12시 가까이까지 술 마시고 놀았더니 알아둔 티켓판매소가 문을 닫았다. 결국엔 집에 가는 길 베네치아역 무인발권기에서 티켓을 샀는데 공항이라는 글자만 보고 공항버스 티켓을 잘못사버렸다. 버스타고 가자니 숙소에서 버스정거장까지 너무 멀어서 결국은 아침에 giulia 역 수상버스매표소에서 티켓을 다시 구매했다.
마르코폴로 공항 선착장에서 공항체크인카운터까지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텍스리펀 작업을 해야해서 여유있게 일찍 움직였다.
에든버러행 비행기는 이지젯을 이용했는데 비용은 425유로. 저가항공이라 일반요금으로는 수하물에 추가요금이 많이 발생하는것 같았다. 추가요금을 더하고 나니 비즈니스석에 해당하는 flexi 옵션이랑 몇 달러 차이 안나길래 그냥 돈 조금 더 주고 flexi로 예약했다. 덕분에 공항 시큐리티 체크 입장부터 비행기 탑승순서까지 엄청난 줄들을 스킵하고 탈 수 있었다. 이것이 돈맛인가...
피렌체에서 수하물을 한번 잃어버리고 나니 벨트앞에서 긴장이 많이 되었다. flexi를 선택했기 때문인지 우리 짐은 빨리 나왔고 공항에서 짐정리를 다시 했다. 한여름날씨였던 이탈리아와는 다르게 에든버러는 초겨울 날씨였다. 조금 전까지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긴 잠바차림으로 공항을 나섰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a100 버스를 이용했는데 탑승할 때 내 터치리스 신용카드가 결제가 안되서 애를 먹었다.(결국 이집트 갈 때는 카드 재발행을 했는데 재발행 한 카드로는 터치리스결제가 잘 됐었다. 카드가 문제였던 듯) 결국 와이프의 애플페이로 결제를 하긴 했는데 뭔가 잘안되는것 같았고 버스 기사가 신경질을 냈다.
영국에 대한 첫인상이 아주 나빠졌다. 벌써부터 이탈리아가 그리워지는 느낌.
거기다 구글네비에서 나온 정류장 정보와 실제 정차역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대충 구글맵 상 우리 숙소와 가까운 곳에 왔길래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다른나라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건물들이 고딕양식에 아주 우중충했다. 와이프는 이탈리아가 낫다고 했지만 건축양식만큼은 우중충하고 무거워 보이는 것이 딱 내 취향이었다.
에든버러는 스카이섬 2박 3일 투어를 가려고 도착한 도시여서 도착한 날 1박, 스카이섬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다음날 런던행 기차를 타기위해 1박 하는 일정이었다. 2박을 하긴 하지만 따지고보면 온전한 하루를 보내지 않는 일정이다.
여행지를 정할땐 별생각이 없었는데 에든버러는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도시였다. 구시가지 역 근처 숙소들은 보통 40~60만원 정도.. 좋은 호텔도 아니고 그냥 길에 채이는 3성급 호텔 평일 1박 가격이 이랬다.
그래서 가격대를 낮춰서 역근처 숙소를 찾아보니 나온 곳이 Edinburgh Backpackers였다.
처음에 예약할때 와이프한테 '방 크기를 보니 침대밖에 없다. 진짜 이걸로 예약할까? ' 물었는데 다른 숙소에서 돈을 너무 많이 썼다고 여기는 다음날 투어 가기 전까지 잠만 잘 곳이니 싼 곳에서 자자고 해서 여기로 골랐다.
체크인을 하러 들어가니 스위트룸을 예약했냐고 물어본다. 호스텔은 공용욕실 이용에 다인실인 곳인데 나는 전용욕실이 딸린 더블룸을 예약했으니 그게 스위트룸인가 보다 하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 스위트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처참했다.
더블침대가 겨우 들어가는 방 한칸에 한 사람 발 디딜 공간밖에 없는 화장실. 이 정도에 1박 90파운드. 15만원이다.
그래도 숙소에 창문은 있었는데 오히려 이 창문 때문에 더 비참했다. 우리 건물의 창이 낮아서 옆건물의 창을 올려다보는 형태였는데 마침 옆건물이 레스토랑인지 호텔의 조식 먹는 곳인지 정장 입고 서빙하는 곳이어서 반지하에서 상류층을 올려다본 것만 같은 기분. 마침 눈도 마주쳤음...
와이프한테는 여기가 슬리핑기차 퍼스트클래스라고 생각하자고 했다...ㅋ
체크인을 하고 우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미식의 나라인 이탈리아를 떠나고는 식당을 미리 알아놓지 않아서 와이프가 급히 찾은 곳으로 갔다.
Oink
https://maps.app.goo.gl/7qNN2ihUQqcs7NSAA
수제버거 가게였는데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돼지고기 장조림 같은 느낌? 토핑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와이프가 선택한 토핑으로는 잘게 찢어져 있는 고기랑 양파정도만 들어있는 햄버거였다.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저녁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둘이서 1개를 나눠먹었다.
괴식의 나라 영국이기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먹을만했다. 근데 기름졌다. 거기다 비쌌다. 7.2파운드.
비행기가 연착되지 않았으면 점심식사 후 크레이그 밀러 성에 가보려 했는데 시간상 에든버러 성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https://maps.app.goo.gl/QENWPezC2gySLcdJ7
에든버러성보다는 크레이그밀러 성처럼 중세느낌 무우우울씬 나는 성을 보고 싶었는데...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에든버러 성으로 갔는데 예약을 안 했다고 입구컷. 엄청 보고 싶었던 건 아니라서 예약을 안 했었는데.... 또 못 들어간다니까 들어가고 싶은 마음 ㅎ 그래서 입구에서 인증샷만 찍었다.
그렇게 일정이 붕 떠버렸고 갈 데도 없어서 근처 기념품샵으로 들어갔다. 스코틀랜드답게 킬트제품, 하이랜드 털소 굿즈가 많았다. 근데 주변에 다른 가게들을 보아도 하나같이 다 킬트가게 하이랜드 털소 가게 기념품가게.... 비슷비슷한 것 밖에 없는 느낌.
나는 킬트 하나 정도는 사오고 싶었는데 와이프는 몇 개 시착해보더니 결국엔 사지는 않았다. 아웃랜더의 제이미가문인 프레이저 가문 킬트가 있었으면 내가 먼저 사자고 졸라 댔을 텐데 뭐가 프레이저 가문인지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나왔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백파이프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는데 아웃랜더 주제가인 skye boat song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내가 걸어 다니는 타이밍에는 다른 곡들만 연주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느낌..
그렇게 대충 시간을 보내고 저녁식사는 해기스를 먹으러 Makars Mash bar로 갔다.
스코틀랜드 하면 해기스인데 해기스 맛집으로 유명하다는데 예약은 안 했고 워크인으로 갔다. 도착하니 대기가 40분이라는데 해기스는 여기서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예약을 걸어놓고 주변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유난히 동양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중국에서 에든버러대학으로 유학을 많이 온단다. 이탈리아에서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중국인들이 여기에 다 모인 듯. 이래서 해리포터에도 초챙이 나온 건가...
https://maps.app.goo.gl/5LMg8y8Fe1cmLuYt8
리뷰를 보면 스몰사이즈로 시켜서 맛만 먼저 보라고 되어있었지만 그냥 일반 해기스로 시켰다. 우리나라로 치면 순대랑 비슷한 요리라는데... 모르고 먹으면 순대라는 생각은 딱히 안나는 맛이었다. 전혀 비리지도 않았고 다진 미트볼느낌? 소스도 맛있었고 같이 나온 감자랑 먹으니 왜 스코틀랜드에 오면 해기스를 먹어야 한다는지 알겠다. (근데 나중에 다른 데서 해기스를 먹어보니 비리고 별로였다 여기가 맛집인 거 확실함) 와이프는 새로운 음식 도전을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라 양고기를 시켜줬는데 양고기는 그냥 평범한 양고기... 사이드로는 오늘의 수프를 시켰는데 그냥 토마토수프... 맥주 1잔과 크림소다까지 해서 가격은 43파운드. 다만 이탈리아에서는 두 명이서 최소 3가지 음식을 시켜도 기분 나쁜 배부름은 없었는데 이 동네는 탄수화물은 무조건 으깬 감자 아니면 감자튀김이어서 포만감이 상당했다. 거기다 목메임은 덤.
그리고 다음날 2박 3일 하이랜드 스카이섬 투어에 참가했다. 하이랜드 투어 중에서도 스카이섬이 자연 풍광이 좋아 선택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영국의 하이라이트는 이 투어였다. 기회만 된다면 다시 가보고 싶다.(와이프는 경치구경에 관심 없어서 그다지 다시 가고 싶어 하진 않았음)
스카이섬 투어에는 여러 업체가 있었는데 나는 하이킹을 많이 하는 코스가 포함된 투어를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투어는 macbackpackers의 2박 3일 스카이섬 투어. 다른 투어들과 다르게 40세 미만이라는 연령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하이킹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 29개 리뷰의 100%가 이 투어를 추천한다고 되어있기도 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찾은 투어인데 지금은 해당투어를 선택할 수가 없다. 투어홈페이지는 살아있는 듯) https://www.macbackpackers.com/
내가 스카이섬에서 꼭 보고 싶었던 곳 (주로 아웃랜더인 듯...ㅋ)
Culloden Battlefield - 아웃랜더 드라마에서 나왔던 곳이라 가보고 싶었다
Loch Ness - 말로만 듣던 네시 이야기가 만들어진 곳. 그리고 호수 근처의 성곽이 멋져 보였다
Doune Castle - 아웃랜더 시즌1 2화에 나오는 제이미 삼촌성
The Old Man of Storr - 멋진 자연풍광
Quiraing - 멋진 자연풍광
Glencoe - 멋진 자연풍광
였는데 이것들을 3일 만에 다 간다는 투어가 여기밖에 없었다. 가격은 성수기였던 9월 2인 기준 551.67달러. 다른 투어들은 거점지가 인버네스이거나 포트윌리엄인데 이 투어는 스카이섬의 시작도시인 카일리킨에서 숙박을 해서 스카이섬을 더 속속들이 돌아다닐 수 있어 보였다. 다만 2박 숙박비용은 별도였다. 별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다 같이 호스텔에서 잔다는데... 우린 신혼여행이니 그래도 따로 자고 싶어서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긴 이동시간 내내 설명도 해주고 웃긴이야기도 해주고 했는데 스코틀랜드 억양이 섞여 있어서 안 그래도 영어 자신 없는데 반 정도밖에 못 알아들었다. 젊은이들 대상이라서 거친 얘기에 조심하라고 적혀있었는데 정말 날것의 가이드였다. 욕설난무 ㅎㅎ 그래도 동네 아저씨가 데리고 다니면서 가이드해 주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임에도 이국적인 풍경을 구경하느라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중간중간 틀어주는 닐선곡 bgm도 좋았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도착한 곳은...
피틀로크리 Pitlochry
근데 도착해서 30분 정도 시간을 주더니 점심을 해결하고 하루 동안 먹을 간식거리를 사놓으란다. 여기가 마지막으로 들르는 마트라며....
갑자기 내던져져서 일단은 여유롭여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서 샌드위치와 치킨, 칩스를 사 먹었다. 저기에 콜라 하나 추가해서 8파운드. 샌드위치는 그냥 치즈만 들었을 뿐이고 치킨도 그냥 편의점 치킨맛... 이탈리아가 그립다... 급하게 밥을 먹고 마트에서 군것질거리를 사고 나니 시간이 없다. 마을구경은 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는 중 투어자들에게 거수투표로 원래는 없던 일정인 하이랜드 포크 뮤지엄에 들렀다. 입장료가 없고 관람객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털소나 닭, 거위들 밥 주는데 돈이 필요한 듯?
옛 스코틀랜드 학교, 교회, 농가 등을 재현해 놓은 스코틀랜드 민속촌 같은 느낌.
버스에서 하는 얘기로는 아웃랜더 촬영에 사용된 곳도 있다던데... 어디에서 찍었다는 건진 도착해서 '여기에서 촬영했다'라고 해주면 알겠는데 그냥 풀어놓고 구경하고 오라고 하니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ㅎ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볼 수 있는 털소 coo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털소를 보고 다른 곳에서는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털소가 그냥 다니는 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여기에 온 덕분에 털소를 코앞에서 찍을 수 있었다.
내리기 전 닐이 버스에서 썰을 풀었는데 절대 털소를 만지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이전에 손님들 중 하나가 털소를 만지겠다고 손을 집어넣었다가 털소가 무는 바람에 놀라서 움직이다 철조망에 심하게 긁혀서 피부가 찢어지는 큰 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쫄아서 많이 다가가진 않았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올랐고 컬로든 전투지 Culloden Battlefield에 도착했다.
재커바이트 반란의 종지부를 찍어버린 역사적인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다.
막상 도착하니 그냥 허허벌판에 영국군, 재커바이트반란군이 주둔했던 곳의 위치가 깃발로 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기념박물관이 있긴 했지만 나는 영드 아웃랜더를 보고 알게 된 역사적인 장소라 프레이저 가문의 추모비가 제일 보고 싶었기 때문에 패스하고 추모비를 찾으러 다녔는데 딱히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라 찾기 힘들었다... 근데 나 말고도 아웃랜더를 보고 이 투어에 오게 된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ㅎ 다들 프레이저 가문 추모비를 찾고 있어...
결국엔 시간 없어서 못 찾고 버스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즈음 되니까 이 투어가 제대로 된 게 맞나 싶은 의심이 들었다. 허구한 날 버스만 타고 이동하고 막상 도착해서는 30분도 주지 않고 이동...
그리고 네스호에 도착했다. 오기 전 사이트 일정표에서 봤던 네스호는 오른쪽이었는데, 실제 눈앞에 있는 풍경은 왼쪽이었다. 와이프는 그냥 영덕 같다고... 이즈음 되니 사기당한 기분... 호수를 배경으로 로맨틱한 고성이 있어야 했는데... 버스에서 닐이 네스호가 스코틀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고 입을 털었는데... 이걸 위한 큰 그림이었던 건가... 네스호만 보이면 네스호에 온 것인가...
근데 일행들 중 몇 명은 여기서 수영을 한다... 호수 물비린내가 엄청나던데 대단하다... 저게 바로 네시가 아닐까?
그리고 또 버스는 출발했고 에일린 도난 성 Eilean Donan Castle로 갔다. 버스 안에서 시간이 없어서 멀리서 사진만 찍고 가자는데... 아웃랜더에 나온 성이라서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줌 땡겨서 찍고 끝... 10분도 안 있었던 듯... 억지웃음만 나왔다...
이렇게 거의 하루종일 버스만 타다 일정이 끝났고 숙소가 있는 카일리킨으로 도착하니 오후 6시였다.
우리가 이용한 숙소는 에어비앤비
9월 중순, 금토일 2박 3일간 비용은 281달러였다.
욕실이 딸린 2층방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욕실에 욕조도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짐을 풀고 곧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나섰는데 닐의 추천으로는 캐슬모일, 가판대 피시 앤 칩스, 인도요리점 3군데가 먹을만하다고 했는데 우리는 캐슬모일로 갔다.
https://maps.app.goo.gl/m9uwU8EKsBhHW8Sd6
작은 어촌도시에 레스토랑도 세 군데밖에 없어서 스카이섬 투어하러 온 사람들을 여기서 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투어로 온 일행들도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친절하게도 합석권유를 해줘서 얼마 대기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같이 왔던 일행은 인도인, 호주인, 프랑스인이었는데 우리가 한국인 신혼부부인걸 알고는 한국드라마 얘기, bts 얘기를 하는데 k문화가 전 세계에 퍼진 게 실감이 났다. 마침 드라마 무빙이 막 나왔던 시기였는데 무빙추천을 했었다. 봤으려나 ㅎㅎ
다 같이 보드카 1샷도 하고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는데 오랜만에 영어 하려니까 힘들었다. 와이프는 이날의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기억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ㅋ
애피타이저로는 튀긴해기스를 시켰고 피시 앤칩스, 스테이크파이를 시켰다. 영국에 와서 처음 먹는 피쉬앤 칩스였는데 바삭한 튀김옷에 생선맛도 좋았다. 그리고 여기서 먹은 피시 앤 칩스가 기준점이 되어버렸는데 이후에 런던에서 방송에서 상 탔다고 했던 곳에서 먹은 것보다 스카이섬 캐슬 모일 레스토랑에서 먹은 게 훨씬 맛있었다.
스테이크 파이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냥 알만한 맛... 촉촉한 공갈빵에 스테이크를 같이 먹는 느낌
여기서 실패한 건 튀긴해기스 뿐이었다. 비릿한 맛에 한번 튀겨져 버려서 속도 퍼석했다.
와이프는 한국에 익숙해서 다른 애들은 애피타이저 안 시키고 본요리 1개만 시켰는데 우리만 애피타이저 시키면 나중에 돈 낼 때 어떻게 계산하냐 어떻게 나눠먹냐며 걱정을 했다 ㅎ 외국은 나눠먹는 문화도 아니고 그냥 우리가 먹은 거만 우리가 계산하면 되는 것을...ㅋ 비용은 식사가 39파운드. 보드카 1샷 5.1파운드. 맥주 2잔 8.2파운드.
그리곤 오늘 일정이 끝났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투어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루종일 버스만 타고 내려서 자유시간도 별로 없고... 와이프도 이건 아닌 거 같다고 불평... 후기의 100%가 투어를 추천했는데 어째서 이런 거지?
스카이섬 투어 2일째
다행히 오늘은 날이 맑았다. 어제와는 다른 느낌의 아기자기한 어촌마을 느낌의 카일리킨 시내를 만끽하고 버스에 올랐다.
이번에는 포트리에 정차를 하더니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 하루 군것질거리, 점심거리를 사란다.
일단 마트에서 샌드위치와 마실 것을 사고 제일 유명하다는 카페에 가서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주문했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 결국 기다리다 주문을 취소하고 화장실만 공짜로 쓰고 그냥 나와야 했다. 우리 걸신들린 와이프는 밥 못 먹으면 짜증 내는 데 이때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다 ㅋ
포트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알록달록한 집들이 보이는 풍경도 버스에서 지나가면서 잠깐 봤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버스 타고
슬리가찬 잠깐 찍고
다시 버스 타고 던털름. 그래도 여긴 30분 시간 줌 ㅎ
이렇게 찍고 출발, 찍고 출발을 2일째에도 하니 와이프 표정은 썩어 들어가기만 했다.
그런데 다음 행선지이자 내가 원했던 퀴라잉 Quiraing 에서는 2시간이나 시간을 줬다. 사실상 여기 하이킹 시간을 늘려주려고 이때까지 바삐 움직였던 것이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등산 3시간은 하고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곳에서 하이킹을 시작했다. 이때까지의 불만족스러웠던 느낌이 싹 사라졌다. 100% 추천 리뷰만 있는 게 이해가 갔다. 다들 불평불평했다가도 퀴라잉 같은 데서 긴 시간 풀어주니 만족할 수밖에... 다만 닐이 버스에서 대충 몇 분 즈음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가면 개 힘들고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만 해줬고 따라오진 않아서 다들 길을 헤매긴 했다 ㅎ 닐이 말한 T자 갈림길이 여기냐 저기냐로.....
그리고 이런 어마어마한 경치 속에서 포트리에서 사 온 샌드위치와 오렌지주스로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 샌드위치로 나는 프리미엄이라고 적힌 샌드위치를 선택하고 와이프는 계란샌드위치가 먹고 싶다며 선택했는데 뜯어보니 내용물차이가 너무 났다. 그래서 다음부터 샌드위치를 고를 때는 무조건 프리미엄 칸에서 골랐다 ㅎ
2시간의 하이킹이었는데 내려오는 길 넋 놓고 구경하면서 걷다가 발목을 삐끗했었다. 삐끗할 때 '뚝' 소리까지 나서 이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당시에는 아드레날린 때문에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내려왔었는데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해서 정형외과에 가보니 단순 염좌가 아니었고 인대가 일부 찢어져 있었다. 바로 치료하지 못하고 만성화되어버린 덕분에 치료하는데 2달 동안 병원을 다녔고, 100만 원 정도 치료비가 나왔다 ㅎㅎ 그래도 다행히 여행자 보험을 들어두고 가서 보험료로 모두 해결가능했다. 보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짐 잃어버려서 보상받고 다친 것도 보상받고.. 인당 5만 원 내고 150만원이나 빼먹었네...
그리고 퀴라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 Corran Beach에서도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을 줬다. 공룡발자국을 볼 수 있다고 다들 들떴던데... 공룡발자국화석이 넘쳐나는 한국출신으로서, 그리고 한국에선 바다 바로 앞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해변은 그다지 당기진 않아서 근처 카페에서 쉬면서 부실했던 점심을 마저 먹었다. 먹을 거 먹여주니 와이프는 대만족
나는 영국 와서는 거의 사이다(사과주)를 사 먹었었는데 와이프도 처음엔 맥주만 먹다가 사이다 한입 먹어보더니 맛있었는지 이후로는 사이다를 많이 사 먹었다.
카페에서 미적거리다 집합장소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더니 어제 레스토랑에서 합석했던 인도친구가 여기서 뭐 하냐고.... ㅎ 자기는 체력이 딸려서 해변까지 못 가겠다고 하길래 우리랑 같이 주변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찐 k팝팬이던데 난 잘 모르지만 와이프랑 둘이서 k팝 이야기로 신나 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는 Kilt Rock Waterfall
사진 찍은 건 되게 멋져 보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그냥 전망대에서 이 풍경 보는 게 전부였다.
Old Man of Storr도 지나가는 길에 차 잠깐 세우고 사진 찍고 끝! 근데 이것도 퀴라잉에서 하이랜드 뽕 채우고 난 뒤에서 크게 실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까지 트래킹하려고 했으면 퀴라잉도 스토르도 어중간하게 즐길 수 밖에 없기때문에 버릴건 버리고 퀴라잉에 집중한 것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스카이섬 2박 3일로는 찍어 먹는 수준 밖에 안 되는 것 같고 모두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4박 5일로는 가야 할 것 같다.
이렇게 2일 차 일정을 마치고 카일리킨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러 캐슬모일로 갔다. 이번엔 대기 안 타려고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이번엔 랑구스틴 10마리, 피쉬앤칩스를 시켰다. 총가격은 49.5파운드. 랑구스틴 10마리 가격이 22파운드 정도였는데 북유럽 쪽에서만 먹을 수 있기도 하고 비싼 식재료인데 단돈 3만 원 언저리에 10마리나 먹을 수 있다니... 어제도 시켜 먹을걸 그랬다. 와이프는 스카이섬에 와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것이 랑구스틴이었다고 한다. 요즘도 랑구스틴 먹으려는 다시 가고 싶다고 할 정도...
그리고 마지막날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찍먹 투어를 좀 하다가...
마지막 날의 액기스는 글랜코 Glencoe 트래킹
아쉽게도 이슬비가 내려서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날씨가 안 좋아서 더 신비로워 보였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느낌. 어제 다쳤던 발목 때문에 걸을 때마다 통증이 있었지만 아프다 그러면 못 가게 할 거 같아서 그냥 참고 걸었다. 덕분에 치료기간은 더 늘어난 것 같지만 너무 멋진 풍경을 봤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1시간 정도의 짧은 트래킹을 마치고 다음행선지는 왈라스 기념비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주인공의 실제인물인 윌리엄 왈라스를 기념하는 탑이다. 탑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는데 우리 바로 앞에서 인원이 다 차버렸는데 비도 많이 오고... 그냥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카페에서 쉬었다.
그리고 투어를 마무리하며 기념품 술잔과 스카치를 한잔씩 나눠마셨다. 스코틀랜드 와서 스카치 처음 마심 ㅎ
이때 받은 술잔은 소주잔으로 쓰면 딱인 사이즈인데 우리 둘 중 아무도 소주를 안 좋아해서 그냥 찬장에 잠들어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고 불만 가득했던 투어였지만 퀴라잉, 글렌코 트래킹에 시간을 많이 주기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한 것이다 생각하니 오히려 이렇게 해줘서 고마웠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아있는지라 다음번에 다시 가게 된다면 렌터카를 빌려서 직접 돌아다녀보고 싶어졌다. 트래킹도 더 길게 할 수 있고, 식사도 제대로 된 식당에서 할 수 있게...
투어를 마치니 3시 정도였지만 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기차를 예약해 두어서 에든버러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했다.
원래는 3일 전 묵었던 15만 원짜리 원룸 호스텔에 또 예약할까 했었는데 투어를 다녀오면 분명 피곤할 거라 돈을 조금만 더 보태서 좋은 데를 예약했다.
Destiny Scotland Market Street Apartments
https://www.booking.com/Share-KjfIAv
1박 120파운드 (내가 예약했을 때는 숙소등록을 한지 얼마 안돼서 리뷰가 없던 곳이었고 엄청 저렴한 가격에 예약이 가능했었는데 지금은 최소 2박, 그리고 1박에 30~40만 원 정도로 되어있다. 아마 처음 등록하고 정상운영하기 전에 예약해서 싸게 잡은 듯?)
전망도 좋고 넓고 신식.. 근데 호스텔이랑 7만 원밖에 차이가 안나... 단점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4층까지 짐 들고 올라와야 했던 것뿐. 비밀번호키 방식이라 열쇠 없이 다닐 수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에든버러 웨이버리 기차역 바로 앞이어서 다음날 8시 30분 기차를 타기에 유리했다.
험난했던 하이랜드를 떠나 도시로 돌아온 와이프는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리고 3일 전에도 호스텔 말고 여기서 잤어야 했다고 뒤늦게 이야기했다. 그러게 얼마 차이 안 나는데 여기서 2박 하자고 얘기할 때 들었어야지 ㅋㅋ
런던으로 가기 전 재정비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해기스 먹으러 또 갈까 했는데 해기스를 못 먹는 와이프는 기겁을 하며 다른 데를 가자고 해서 간 곳은
Civerinos Hunter Square (the original)
https://maps.app.goo.gl/4dRDfaS1RZF9aphM6
이렇게 먹고 45.4파운드. 스코틀랜드에서 찾는 이탈리아의 맛 ㅋㅋ
이탈리아에 있을 때도 안 먹었던 모레띠 맥주.
피자는 나쁘진 않았다. 스파게티는 좀 별로... 아란치니는 피렌체 시장에서 먹은 거보단 맛있었다. 이렇게 영국에서까지 이탈리아 앓이를 하고는 결국은 12월에 이탈리아 또 감. 올해에도 시칠리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홀릭 ㅋㅋ
스코틀랜드 팻말도 만들었는데 들고 다니는 걸 까먹고 있다가 런던으로 떠나기 직전 한컷 찍었다 ㅋ
에든버러에서 런던까지는 기차를 타고가기로 했다. 비행기와 기차를 저울질 했을때 에딘버러 시내에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 런던쪽 공항에서 런던시내로 가는시간, 공항 내에서 탑승기다리는 시간을 더하면 기차로 바로 가는 시간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거기다 가격은 기차가 조금 더 저렴했다. 그리고 영국은 기차여행을 일부러도 하는 나라라고 하는 이야기를 보고 기왕 간 거 기차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런던까지 기차탈일이 또 언제 있을까 싶어 1등석으로 예약하였다. LNER 2명 205파운드. 이때도 와이프가 왜 굳이 비싸게 1등석으로 하냐고 따졌지만 신혼여행 핑계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와이프도 대 만족. 어차피 내가 하잔대로 하면 결과가 다 좋을 텐데 딴지 그만 걸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
한국이나 일본처럼 어느 플랫폼에 기차가 도착한다고 한참 전부터 떠있으면 좋으련만 8시 30분 기차인데 플랫폼 정보가 출발 10분 전 즈음 겨우 떴다. 처음 타보는 기차인데 초조해 죽는 줄...
부랴부랴 달려가 기차에 탑승했는데 반대 측 승객분들이 퍼스트클래스 탄 거 사진 찍어달래서 찍어드리고 우리도 찍어달라고 해서 그분들과 똑같은 포즈로 찍었다.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하면 식사가 제공되고, 간식, 음료, 술은 타는 내내 무제한 제공된다.
우리가 여행했을 때 마침 LNER 100주년이었던 것 같다. 아쉽게도 시간대가 아침이라서 간단한 식사 위주였지만 찐 영국식 아침식사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full LNER. 와이프는 베이컨 롤을 주문했다. 빵쪼가리 2개에 베이컨 끼워주면서 식사라고 주다니.... 돈 아깝다 ㅋㅋㅋㅋ 나처럼 full을 먹었어야지...
간식, 차를 리필해 먹으며 경치구경을 하다 보니 4시간 이 금방 지나갔다.에든버러에서 런던 오는 방향이니 왼쪽에 앉는 게 경치 구경하기 좋겠다 싶어 선택했던 자리인데 내 예상대로 우리 쪽 경치가 훨씬 좋았다. 좌석도 널찍하고 지루하지도 않고 잘한 선택인 듯.
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하고 역내에 있는 해리포터 9와 3/4 승강장에서 사진도 찍었다. 원래는 줄 서서 기다려서 찍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만 찍음. 우리 둘 다 그렇게까지 해리포터 팬은 아니어서... ㅋㅋ
킹스크로스 역에서 숙소가 있는 레스터스퀘어 역 까지는 지하철인 언더그라운드를 이용했다. 오이스터카드를 살까 했지만 터치리스 신용카드로도 타진 다길래 와이프의 애플페이로 일단 탑승을 했다.
출발역인 킹스크로스 역에서는 인터넷이 잘 터져서 무사히 들어왔었는데 현지심을 쓰지 않고 로밍을 해서 갔더니 지하철 안에서는 인터넷이 안 터졌다. 개찰구 근처에서도 인터넷이 잡히지 않아서 나갈 수가 없었는데, 여기저기 움직여가며 전파가 잡히는 데를 겨우 찾아서 와이프가 먼저 나가고 내 폰을 쥐여줘서 계단으로 지상으로 올라가서 전파를 잡고 다시 내려와서 찍고 겨우 나갔다. 그러고 레스터스퀘어 역에서 바로 오이스터카드를 2장 만들었다.. (터치리스 카드가 고장만 나지 않았어도 이러지 않았을 텐데...)
런던숙소는 assembly covent garden
https://maps.app.goo.gl/AgcvVgNjG5mq6qwU6
3박 4일 680파운드. 원래는 절반 가격의 에어비앤비를 잡으려고 했었는데 와이프가 너무 정신없어 보인다며 거절, 여기보다 50만 원 더 비싼 곳은 타워브리지가 보이는 호텔이었는데 그건 비싸다고 거절. 결국 어정쩡한 이곳으로 묵게 되었다.
참고로 내가 고른 에어비앤비는 여기
이렇게 런던스러운 숙소를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었는데 좋은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버렸다.
어셈블리 코벤트 호텔은 의미불명의 토끼 스태츄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런던에 도착하고 점심은 대충 숙소 근처 치폴레에서 사 먹었다.
https://maps.app.goo.gl/Q8zDwvCXgUBRGU4b9
볼이랑 랩, 음료수 하나 해서 18.6파운드. 영국에 도착한 이후로 음식에 기대한 적은 없기 때문에 아무 데나 가서 끼니만 때웠다. 생각해 보면 이탈리아는 가격도 영국만큼 비싸지도 않았지만 먹고 나서 기분 나쁜 배부름은 없었는데 영국음식은 뭔가 탄수화물폭탄이라 먹고 나면 배가 괴로울 정도로 불렀다. 길거리 걸어 다니면 비만인구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도 이탈리아에선 별로 살이 안 쪘었는데 영국 와서는 며칠 있지도 않았는데 살이 갑자기 쪄버렸다.
점심을 해결하고 인근 관광스팟을 걸어서 다녀왔다.
트라팔가광장에서 의미 불명의 촬영현장도 구경하고, 닥터후에서 자주 보던 피카딜리서커스에서 인증샷도 찍었다.
그리고 대도시에만 오면 도지는 사진에 목숨걸기라는 와이프의 고질병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뜨레비분수, 콜로세움이 대상이었는데 이번에는 빅벤과 빨간 버스다.
런던에서는 옷이 부족해서 같은 옷을 또 입어서 그렇지 날씨를 보면 알겠지만 각각 다른 날에 찍은 사진이다.
빨간 버스도 지나갈 때마다 찍어달라고 했는데 다음날 토트넘 경기장에 와이혼자 유니폼 사러 갔을 때 실컷 타고 오더니 고질병이 치료되었다.
그리고 오늘 안에 가족들 선물을 다 사야 한다며 포트넘 메이슨을 포함한 선물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이리저리 다니다 처남선물용으로 손흥민유니폼을 사러 나이키타워까지 갔다가 못 사고 나왔는데 이즈음 되니 발목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숙소에서 쉬었다가 나오자고 했는데 와이프가 조금 삐졌다. 오늘밖에 살 시간이 없다면서 우리 집안쪽 선물은 어떡할 거냐고 따지는데... 나는 선물은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다 살 생각이어서 지금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고 했더니 와이프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근데 공항 가니까 와이프가 한참 돌아다니면서 구매했던 목록들 모조리 다 공항에서 살 수 있었고 겁나 놀릴 수 있었다. 어딜 가던 공항 가면 그 도시에서 많이 사가는 선물들은 다 비치되어 있는 법이거늘 ㅋㅋ)
그렇게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런던에서도 피시 앤 칩스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런던에서 유명하다는 poppis로 갔다.
https://maps.app.goo.gl/7pZ6YgK65RQJWMEH9
나는 대구 피쉬앤칩스를, 그리고 와이프는 오징어튀김을 시켰다. 그리고 맥주 1 파인트 2잔. 가격은 53.2파운드.
근데 오징어튀김도 이탈리아만 못했고, 대구튀김도 스코틀랜드 카일리킨에서 먹은 것이 훨씬 맛있었다. 감자튀김도 바삭함과는 거리가 먼 푸석하고 물렁거리는 맛이어서 실망 가득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맨날 이렇게 감자. 그것도 튀긴 감자, 튀긴 생선, 맥주... 이런 식단을 계속했으니 살이 안 찌는 게 이상한 듯하다.
그리고 나는 스카이섬 투어가 힘들었었는지 약간 감기기운이 있었고, 다리도 좀 많이 아파서 다음날은 쉬기로 했다.
원래는 세븐시스터즈 투어를 일정으로 넣어두었었는데 모객이 잘 안 되었는지 투어가 취소되었다. 마침 날씨도 안 좋았는데 잘 취소된 듯하다.
그리고 와이프는 유니폼을 사러 토트넘까지 가나 마나 고민하고 있길래 어차피 처남한테 사줄까 얘길 꺼낸 마당에 사다 주는 게 낫다고 하고 토트넘으로 보냈다. 그동안 나는 호텔에서 휴식...
토트넘까지 기차에 버스에 쌩고생을 하고 다녀와서 유니폼을 사 왔다. 근데 매장에서 한국인 남자애를 만났는데 오늘이 훈련날인데 같이 선수들 구경하러 가자는 꾐에 넘어가 경기장까지 가서 2시간을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덕분에 다녀온 와이프는 기진맥진해서 낮잠을 자버려서 하루를 그냥 날려버렸다.
유니폼은 귀국해서 전달해 주니 처남은 아주 좋아했다....ㅋ
런던까지 왔는데 요즘 힙한 데이트 스팟으로 스카이가든을 꼽길래 스코틀랜드에서 오늘 기차 안에서 예약을 했었다.
예약해 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갔다 왔는데 사실 피곤해서 가기 귀찮았다 ㅎ
스카이가든의 바를 이용했는데 소시지랑 맥주 2잔으로 75파운드라는 거금이 사라졌다. 뷰 값이긴 한데... 사실 샤드는 말 안 하면 롯데월드타워로 밖에 안보였다. 타워브리지는 머 어얼리서 보이는데 우리가 예약된 자리에서는 안 보여서 의미가 없었다. 소시지랑 맥주도 더럽게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었다. 사실 우리 둘 다 전망대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괜히 예약한 듯.
나온 김에 타워브릿지 야경을 구경하고 런던타워에서 인증숏을 찍었다. 닥터후에서 나오던 곳이라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발목상태 때문에 포기했다.
내가 이날 휴식한 것은 다음날 스톤헨지 투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였는데 제대로 푹 쉬어준 덕분이었는지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런던까지 왔는데 타디스를 빼먹고 갈 순 없어서 투어출발시간 전 타디스가 있는 얼 코트에 다녀왔다.
원래는 런던 전역에 타디스 모양 폴리스박스가 더 많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몇 개 없다고 한다.
https://maps.app.goo.gl/mN1h67WCkvs7PfXn8
이러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주변에서도 웃어준다 ㅋㅋ
그리고 로만바스, 스톤헨지 투어 일정을 시작했다. 스톤헨지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서도 가고 싶었지만 닥터후의 판도리카가 있는 장소여서 더 가고 싶었다.
스톤헨지 가는 김에 로만바스까지 가는 투어였다. 보통 투어들보다 가격은 월등하게 비싸지만 (2인 50만원) 일반가이드투어상품이나 개인방문으로는 펜스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스톤헨지를 훨씬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너써클 스페셜 엑세스투어여서 선택했다.
스톤헨지는 해 질 녘 방문하는 옵션이어서 바스에 먼저 들렀는데 와이프가 바스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런던 같은 데보다 이런 데서 며칠 지내보고 싶다고... 세트로 가서 별생각 없이 돌아다닌 로만바스였지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고 그냥 목욕탕 아닌가 했었는데 규모도 상당히 크고 유물들도 많이 있고 상당히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구경을 끝내고 가이드가 추천해 준 대로 페이스트리 빵을 사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이번에 예약했던 투어들은 어째선지 점심식사시간을 제대로 안 준다. 나는 크게 상관없었는데 와이프는 제시간에 밥을 못 먹으면 신경질을 내는 타입이라서 많이 힘들어했다.
스톤헨지 이너서클 투어는 일반관람시간이 끝난 이후 인증된 가이드 대동으로 스톤핸지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는 투어였는데 비싼 값을 했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순서대로 사람 없는 사진도 찍게 해 주고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해가 아치 사이로 지는 장면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날씨가 너무 아쉬웠다. 그냥 비만 오는 것도 아니고 비바람이 심해서 다녀온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꼴... 거기다 버스 안에 히터가 충분히 안 나와서 이동하는 동안 오들오들 떨며 왔다.
저녁식사는 정해져 있는 대로 The George Inn에서 먹었다. 600년 된 식당인데 이 식당이 있는 지역인 라콕 전역은 유네스코지정 문화유산이다. 해리포터나 오만과 편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https://maps.app.goo.gl/Mo6HhfmsRWAA4def8
분위기는 좋은데 맛은 그냥 그랬다. 몇 번이고 말하는데 피쉬앤칩스는 스코틀랜드 카일리킨에서 먹은 것이 제일 맛있었다.
옆자리는 마침 뉴요커모녀가 앉아있어서 함께 대화하면서 식사를 했다. 이때도 와이프의 영어공부의욕이 마구 샘솟는 것 같아 보였다.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내일이면 출국하는 날이라 그냥 자기가 아쉬워서 맥도널드에서 아이스크림과 햄버거를 사 먹었다
영국은 햄버거 마저 맛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22일간의 신혼여행의 마지막날...
인도요릿집에서 점심을 먹고 (여기서 대판 싸움 ㅋ)
마지막 플렉스로 영국에 왔으니 애프터눈티 타임을 가져야 한다 생각해서 리츠에서 애프터눈 티를 예약했었다.
2인 72파운드.
호텔에서 하는 애프터눈티라 그런지 복장제한이 있었다. 남자는 타이, 구두, 긴바지를 입어야 하고, 여자는 운동화금지, 격식에 맞는 옷을 입어야 했다. 덕분에 호텔에서 나올 때부터 정장차림, 원피스 차림으로 한껏 꾸민 상태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체크아웃하며 짐을 호텔에 맡겨두었었는데 직원이 오늘 두사람다 빼입었다며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어봤다 ㅎㅎ
예약시간인 3시 반이 되기 전까지 낮의 타워브릿지 사진도 찍을 겸 산책을 했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리츠호텔로 일찍 나섰다.
5성급 호텔다운 고오오급 분위기에 고풍스러워 보이는 찻주전자로 차를 따라 마시며 디저트들을 먹으니 분위기가 그래도 풀렸다. 공항 가는 전철 안에서 화해한 듯. 와이프는 1시간 30분에 72파운드는 가성비 안 나온다며 불평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날 고급진 애프터눈티를 먹는 것 자체는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거기다 남은 건 맨 아래칸을 제외하고 포장을 해줘서 비행기 안에서 먹었다 ㅎㅎ
그러고 공항 가서는 기내식으로는 성에 안 찰 것 같아서 마지막 피쉬앤 칩스를 사 먹었다.
물론 스코틀랜드 카일리킨만 못하다 ㅎㅎ
이탈리아 갈 때는 비즈니스였는데.... 한국 귀국하는 건 비즈니스 자리가 없어서 이코노미 마일리지좌석으로 왔다.
그래도 돈 더 주고 넓은 이코노미로 선택해서 왔는데도 누워서 왔을 때에 비하면 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들었다.
식사도 부실하고...
그래서 12월에 간 튀르키예, 카이로, 로마 코스에서는 모두 비즈니스로 발권했다 ㅎ
원래는 이렇게까지 긴 신혼여행을 다녀올 생각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22일이나 여행을 다녀왔다. 신혼여행이라기엔 너무 하드 한 일정이 아니었나 싶다. 근데 지금 아니면 먼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싶어 다녀왔다. (근데 3개월 뒤 또 다녀옴... 그리고 24년 6월에 또 유럽에 가잔다.... 큰일이다 유럽병 걸려버렸다...)
신혼여행에서 싸우고 오는 커플이 많다는데... 우린 안 싸울 줄 알았는데 3번 정도 싸웠나...? 코로나 때문에 외국여행을 같이 해보지 못하고 결혼한 거라 서로의 다른 여행스타일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때 서로의 여행취향을 알게 돼서 12월에는 튀르키예, 카이로를 다녀왔는데 이때는 안 싸웠던 듯.... 아니 1번 다퉜구나...ㅋㅋ
그래도 둘 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좋았다.
요즈음은 둘이서 아이를 가지고 나서도 세계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주식 가진 걸로 일찍 은퇴하고 이탈리아에 주택을 사서 거점을 삼고 아이 학교를 이탈리아에서 다니게 하고 주말마다 여행 다니는 상상을 하곤 한다 ㅎ
아래는 여행하면서 들었던 총 경비들이다.
이탈리아/영국 여행경비
8월30일
김해공항까지 택시비 22100원
음료수9100원
김포공항-인천공항 리무진 18000원
8월31일
가방수선비2만원
감기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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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비50유로
숙소도시세21유로
젤라또2개 5유로
9월1일
지하철2일권 2인 25유로
지하철편도 2인 3유로
커피.빵(아침)8.5유로
슈퍼 물 1.5유로
바티칸기념품 26.4유로
바티칸꼭대기입장료 20유로
점심(파니니) 10.5유로
저녁(라자냐)49유로
젤라또3.5유로
물 2유로
9월2일
아침 커피빵 6.5유로
슈퍼마켓 18.7유로
슈퍼마켓 4.5유로
atm수수료 13유로
점심식사(가정식) 60유로
소매치기 80유로
커피타짜도로 14유로
9월3일
커피한잔1.4유로
나폴리 지하철 원데이 10.8유로
숙소도시세 7유로
점심 피자 28.5유로
복숭아 3유로
커피 2.9유로
슈퍼물 2.8유로
저녁피자 39유로
9월4일
렌트 3박 641유로 풀커버
고속도로 3.1유로
티라미수 5유로
슈퍼 물 6.7유로
점심95유로
아이스크림 20유로
저녁91유로
도시세25유로
9월5일
톨비 2.3유로
점심샌드위치8유로
폼페이입장료38유로
충전료 27유로
톨비 1.9유로
충전료 8.8유로
저녁 66유로
9월6일
주차비 17유로
충전비 27.5유로
도시세 4유로
주차비2유로
커피음료 3.2유로
슈퍼 12유로
저녁 455유로
9월7일
충전비 29.5유로
점심 공항 17유로
렌트카2박 269유로
9월8일
슈퍼 물 3유로
올리브유 16유로
9월9일
라레차2박 828유로
추가 허츠결제36유로
더몰 스카프2개 410유로-51유로 환급예정
나이키70유로
톨비 3.5유로
택시비 25유로
못간 우피치 60유로
슈퍼 12유로
9월10일
택시비15유로
종탑40유로
점심 121.5유로
스냅 추가비40만원
피사40유로
기차비 21달러
저녁110유로
9월11일
기차비 18.6유로
점심 4.9/11.9유로
슈퍼 8.5유로
더몰버스비30유로
더몰 신발
더몰 밸트 316
더몰 가방 584.5
음료4.5유로
폼클랜징9.9유로
수박슬러시5유로
슈퍼4.4유로
저녁 80.5유로
9월12일
커피 1.7/3.4유로
슈퍼 선물32유로
베네치아2일권70유로
슈퍼 6.8유로
점심 65유로
젤라또 4유로
저녁92.5
9월13일
간식13유로
커피6.5유로
기념품106유로
점심18.5유로
슈퍼14.3유로
곤돌라40유로
저녁 74유로/15유로
버스비 버림20유로
도시세10유로
9월14일
공항버스배 30유로
아침7.9유로
음료4유로
스코틀랜드
공항버스11파운드
점심 7.2파운드
슈퍼 15파운드
저녁 43파운드
9월15일
점심 8파운드
박물관2파운드
슈퍼8
저녁5.1/8.2/39
9월16일
슈퍼 17.8
간식17
저녁 49.5
9월17일
슈퍼 11.6
커피 6.9
저녁 45.4
슈퍼 5.2
버스기사팁 10
9월18일
점심 18.6
저녁 53.2
선물 위타드 64
포트넘메이슨 13.9
슈퍼 9
9월19일
오이스터 교통17파운드
교통충전5
유니폼190
오이스터 교통 17
식사19.6
루프트바75
슈퍼 5.2
9월20일
아침 베이글 12
교통비충전 5
물 1.1
저녁 35
교통비충전 5
맥날 10.9
빵 3.2
9월21일
교통비충전20
-환불6
리츠162
짐보관5
점심46.3
면세점20
오르골쿠기33.9
러쉬40
아이크림18
슈퍼4.8
커피3.3
크림13.4
티39
인천공항택시35000원
신라스테이23만원
SRT10만원
로밍79000
교통비
김해-김포 왕복 20만
인천->로마
이코노미 구매후 마일리지로 비지니스 업글.
300만+8만마일리지
런던->인천
이코노미 마일리지로 구매
7만마일리지+세금1245000원
항공권 총410만원
로마->나폴리(기차) 116000원
나폴리->바리(렌터카)
바리->로마->피렌체(비행기) 524000원
피렌체->베네치아(기차) 125000원
베네치아->에든버러(비행기) 600000원
에든버러->런던(기차) 340000원
렌트카5박6일 140만
숙소
로마3박 350000원
나폴리1박 145000원
포지타노1박 650000원
마테라1박 230000원
폴리냐노아마레1박 170000원
카스텔로라레차2박 990000원
피렌체3박 450000원
베네치아2박 500000원
에든버러1박 150000원
카일리킨2박 360000원
에든버러1박 200000원
런던3박 1130000원
인천1박 93000원
서울2박 230000원
티켓/투어
바티칸투어 158000원
인버네스2박3일 720000원
스톤헨지 500000원
베네치아 190000원
피렌체스냅 650000원
*교통비 836만
*식사.슈퍼.간식 383만
*입장료.투어.기타 288만
*선물.물품구입비 286만
*숙박비 575만
총2368만원
1500만원 몰디브가 가성비 안나와서 유럽 간건데... 더 많이 들었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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